금속가공과 제관, 용접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반도체, 자동차, 선박, 디스플레이 같은 수출산업을 지탱하는 뿌리산업이다. 그 현장에서 30년을 버텨온 풍원테크가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고 있다. 조을권 대표는 정직과 성실, 품질을 믿고 금속가공의 길을 걸어왔다. 통신장비 벤더를 시작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키오스크 등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신뢰를 쌓았다. 아들 조승근 경영기획실장은 영국 유학과 광고기획자 근무,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 등을 거쳐 회사의 데이터화, 원가관리, 정부 과제, 투자유치, 디자인 브랜드 론칭을 주도하고 있다.
방위산업 진입을 새 목표로, 기존 제조 기술 위에 새로운 경쟁력을 더하며 회사의 방향을 다시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기술과 철학을 잇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며, 100년 기업을 향한 길을 함께 걷고 있다.
풍원테크 조을권 대표와 조승근 경영기획실장. 풍원테크는 30년간 쌓아온 정밀 판금·제관·용접 분야의 뿌리산업 기술을 기반으로, 2세대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제조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사진=강소기업뉴스 / 양해원 객원기자]
Q.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조을권 대표 : 풍원테크는 정밀 금속가공을 중심으로 판재 절단과 절곡, 파이프 절단, 용접, 인쇄, 조립까지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공정을 갖춘 제조기업이다. 통신장비 양산으로 출발해 성장했고, 시장 변화에 맞춰 소량다품종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지금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키오스크 등 다양한 B2B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 협력사 실사나 고객사의 품질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비와 공정, 문서 관리 체계를 꼼꼼히 갖춘 점이 강점이다.
Q. 금속가공·판금·제관 산업은 흔히 ‘보이지 않는 산업’이라 불린다. 이 뿌리산업이 여전히 한국 제조의 바탕이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을권 대표 : 우리나라 수출의 대부분이 반도체, 자동차, 기계, 선박, 디스플레이, 전자제품에서 나온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 제품들을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 가운데 우리가 제조하는 하우징, 프레임, 각종 부품은 금속가공이나 판금, 제관 같은 뿌리산업 기술로만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이 분야를 ‘보이지 않는 산업’이라 부르지만, 한국 제조의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에 주연과 조연, 무대 뒤 스태프가 있듯 뿌리산업도 그런 역할을 한다. 무대에는 오르지 않지만, 무대가 설 수 있도록 받쳐주는 일이다. 우리처럼 소량다품종 생산을 하는 회사는 지금도 사람의 손이 꼭 필요하다. 이런 일을 장인정신으로 이어간다면 오래가는 산업으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Q. 창업 철학 ‘정직·성실·품질’은 어떻게 경영에 반영했나.
조을권 대표 : 우리는 협력사나 직원들에게 품질을 요구하는 만큼, 회사도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한다. 비용이나 급여는 기일 안에 처리하는 걸 원칙으로 생각한다. 금속가공은 원자재와 외주 비중이 높아서 자금이 한 번만 흔들려도 품질과 납기가 같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거래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원가는 조정하더라도 품질 기준만큼은 낮추지 않는다는 철칙 덕분에 37년 동안 협력사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그 신뢰가 다시 품질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Q. 지난 30년간 급변하는 산업 환경 가운데 지켜온 것과 내려놓은 것은.
조을권 대표 : 우리는 고객 만족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 불량이 생기기 전에 원인을 찾아 없애는 걸 기본으로 삼는다. 도면에 표시되지 않은 항목이라도 고객이 요구하면 품질관리부에서 다시 검토해 반영한다. 문제가 의심되는 부품은 재작업을 하더라도 출하 기준을 맞추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
예전에는 대규모 양산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시장이 포화한 뒤에는 소량다품종 체제로 방향을 바꿨다.
요즘 제조 환경은 4차 산업혁명이나 AI, 자동화로 변하고 있다. 그래도 거대한 설비나 서버, 네트워크를 받쳐주는 물리적 구조물을 정밀하게 구현하는 능력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동화 라인과 AI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려면 이를 담는 하우징과 프레임의 정밀도, 재현할 수 있는 공정 조건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뿌리산업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는다고 본다. 앞으로의 산업 환경에서 우리가 설 자리는 이제 2세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장에서 용접공정을 진행 중인 풍원테크 직원들. 금속가공·판금·제관 사업은 '보이지 않는 사업'이라 불리나 한국 제조의 바탕이 되는 '뿌리 산업'이기도 하다. 풍원테크는 37년간 ‘정직·성실·품질’을 원칙으로 금속가공 현장을 지켜왔으며,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키오스크 등 B2B 분야에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사진=강소기업뉴스 / 양해원 객원기자]
Q. 세대 간 서로에게서 배운 점과 공동 목표는.
조승근 실장 : 아버지는 근면하고 성실한 분이다. 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에서 30여 년간 함께 해오신 분들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손으로 부딪치며 회사를 키워오셨다. 저는 추진력과 논리적인 소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경영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 시대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땀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그려가는 게 제 역할이다.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풍원테크 조을권 대표와 조승근 경영기획실장. 1세대의 장인정신과 2세대의 데이터 경영을 통해 한국 제조의 ‘정밀함의 미학’을 전하는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비전을 밝혔다. [사진=강소기업뉴스 / 양해원 객원기자]
Q. 앞으로 구상하는 리더십과 변화의 핵심이 궁금하다.
조승근 실장 : 권위보다 신뢰를 중요하게 본다. 먼저 배우고 먼저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근거로 방향을 잡는 편이다. 형식적인 보고보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투명한 보고 체계를 만들고, 결과가 눈에 보이게 관리하려고 한다. 팀 단위로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협업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런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풍원테크 경영기획실 조승근 실장. 2세대 경영인으로서 전사 전산화, 방위산업 진입, 디자인 브랜드 론칭 등 새로운 시도를 이끌고 있다. 소통과 신뢰의 리더십, 데이터로 움직이는 조직으로의 변화를 목표하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 양해원 객원기자]
Q. 경영에 참여한 뒤, 운영 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조승근 실장 : 지금은 역할을 나누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대표 직속이던 품질 부서를 경영기획실로 옮겨, 생산활동과 공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 한다. 관련 부서 간 업무 공유와 보고 체계도 새로 정비 중이다. 데이터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돕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수치 근거를 통해 성과 기준이 명확해질 것으로 본다. 부서 간 소통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으며, 현장 근로자의 인식이 바뀌면 운영 효율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정부 과제와 투자유치를 함께 진행하며, 지금까지 쌓은 설비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방위산업 진입을 준비 중이다. 금속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브랜드도 새로 추진하고 있다. 콘셉트를 설정하고 브랜딩을 진행 중이며, 계획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Q. 향후 계획 중 방위산업 진출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조승근 실장 : 방위산업은 행정 절차부터 품질 관리와 추적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높은 신뢰가 요구되는 분야다. 우리는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ISO 9001 품질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방산 전용 품질 체계를 새로 갖출 계획이다. 관련 기관과 업계 실무진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진입 요건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생산계획이나 예산 운용처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과정 자체가 회사의 운영 방식을 한 단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Q. 지속가능한 가업승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조을권 대표 : 가업승계는 자산이나 경영권을 넘기는 일이 아니다. 산업현장에서 쌓아온 기술과 철학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제도 역시 세제 혜택보다 책임과 사명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회사를 오래 이어가려면 시대에 맞는 리더십과 시스템이 필요하고, 경영 투명성과 성과관리도 뒷받침돼야 한다. 풍원테크가 그런 면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