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HMR(가정간편식) 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어선 지금, 주식회사 아침은 실온화 기술을 적용한 즉석밥과 볶음밥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문정주 회장은 배달·전시 산업의 변화를 겪어왔다. 식품 유통·가공 분야의 오랜 사업 경험을 쌓아왔으며, 위기 때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왔다.

개성공단 납품이 중단되고 조류인플루엔자, 살충제 사태,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여러 변화를 겪었지만, 실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는 식품 기술 하나만은 놓지 않았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과의 계약과 인증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가동을 앞둔 보령 신규 공장에는 즉석밥 전용 6개 라인이 구축되고, 베트남 법인은 수출형 원료 가공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아침은 2024년 대비 수출 비중을 크게 높이며 내년 즉석밥류 매출 1천억 원에서 2천억 원까지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메인 키워드는 두 가지다. 첨가물을 배제한 물·쌀 기반의 ‘집밥 맛’과 상온 유통이 가능한 ‘실온화 플랫폼’이다.

주식회사 아침 문정주 회장. 배달 플랫폼에서 전시사업 등 다양한 시장영역의 개척 경험을 쌓아왔으며, 이제는 실온화 기술을 바탕으로 ‘집밥 맛’ 즉석밥을 세계시장에 확산시키며 K-푸드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 양해원 객원기자]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서울대 졸업 후 배달과 생활 서비스 모델을 만들며 대형 통신사와 협업 광고를 진행하는 등 여러 신사업을 시도해 왔다. 이후 수산물 수입과 가공, 인터넷 커머스, 프랜차이즈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그 과정에서 국내 전시·박람회 형식의 비즈니스 매칭도 이끌었다.

현재는 주식회사 아침을 운영하며 식품 실온화 기술을 바탕으로 즉석밥, 볶음밥 등 HMR 제품의 내수와 수출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경영 철학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책에 상관없이 현장에서 직접 뛰는 편이며, 박스 포장도 구성원들과 함께한다. 성과를 기준으로 한 간결한 의사결정과 반복 실행을 통해 조직의 힘을 높이는 방식을 선호한다.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과거 개성공단에 납품하면서 냉장과 냉동에만 의존하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직접 느꼈고, 실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는 식품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후 달걀 등 기초식품을 중심으로 실온 보관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전시회 시연을 통해 업계의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와 살충제 파동, 팬데믹 등 외부 변수로 사업 방향을 여러 번 조정해야 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회사를 유지하며 다시 체계를 정비했고, 결국 공산품 중심의 품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는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대신 즉석밥과 볶음밥의 용기를 실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기술을 통해 수출 모델로 전환했다. 실온에서 유통이 가능한 볶음밥 제품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Q. 실온화 기술을 적용한 간편식 제품은 어떻게 구현되며, 그 특징과 차별점은.

제품 콘셉트는 첨가물을 넣지 않고 물과 쌀만으로 집밥의 맛을 재현하는 것이다. 볶음밥의 경우 해외에서 가공한 원재료와 국내산 쌀을 혼합해 가격과 품질을 모두 맞췄다. 외국산이 아닌 국내산 쌀만을 사용하는 제품은 우리뿐이라고 자신한다.

제품의 가능성을 높게 본 미국 바이어와는 선금을 조건으로 한 대량 주문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편의점과 대형 유통채널 입점을 위한 인증 절차를 함께 진행 중이다. 올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250억 원 수준이며, 내년에는 1천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령 공장에는 즉석밥 전용 생산라인 6개를 마련해 양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성남에는 보조 생산공장을 두었다. 베트남 공장은 원료 전처리와 비용경쟁력을 위한 수출 거점으로 활용한다.

주식회사 아침의 냉장·냉동 없이도 보관 가능한 실온 즉석밥 제품. 물과 쌀만으로 만든 순수 레시피가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국·유럽 시장에서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주식회사 아침]

Q. 준비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냉동과 냉장 제품, 채소류까지 적용할 수 있는 실온 보관 기술을 확장하고 있다. 실온 도시락과 실온 스테이크 등 장거리 운송이나 야외, 사무실에서 먹기 좋은 제품도 개발을 마쳤다. 시장 반응과 인증 절차를 보며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여러 조리와 보관 상황을 미리 검증해 두었으며,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집중적으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Q. 사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전시회에서 실온 보관 기술을 직접 시연했을 때 업계가 그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또 하나는 미국 바이어가 비대면 심사를 거쳐 선금을 보내며 대량 주문을 확정한 순간이다. 폴란드와 독일 등 유럽 전시에서도 대형 유통업체와 바이어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며 우리의 제품 콘셉트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확신을 얻었다.

베트남 하이즈엉에 위치한 주식회사 아침의 생산 공장 ‘아침 비나’. 반가공 원료 생산과 효율적 원가 관리로 글로벌 공급망을 뒷받침하며, 한국 본사와 연계해 완제품 수출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주식회사 아침]

Q.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경영철학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책에 상관없이 현장에서 직접 뛰는 편이며, 박스 포장도 구성원들과 함께한다. 성과를 기준으로 한 간결한 의사결정과 반복 실행을 통해 조직의 힘을 높이려 한다.

Q.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바람은.


중소 제조업은 여전히 규제와 행정 절차의 부담이 크다. 제품 인증과 위생 점검은 필요하지만, 반복적인 점검과 과한 규제로 인해 현장에서는 대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런 압박이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인력 운영에도 영향을 준다.

행정 부담을 줄이고 수출 인증과 품질관리 분야에 대한 지원이 함께 이뤄진다면, 국내 제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최근 업계 분위기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요즘 제조업은 모두가 쉽지 않다.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동시에 오르면서 수익이 줄었고, 시장은 여전히 가격 경쟁 중심이라 품질을 지키며 원가를 맞추기가 어렵다.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생산 효율이 조금만 떨어져도 손익이 바로 흔들린다.

그럼에도 해외에서는 한국 식품의 기술력과 위생 수준을 높게 본다. 특히 실온 즉석밥처럼 편리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제품에 관심이 크다. 어렵더라도 기술력과 신뢰를 지닌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구상 중인 방향이 궁금하다.

해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글루텐프리 트렌드가 널리 퍼지면서 밀가루를 대신할 식품으로 쌀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산 쌀은 찰기와 윤기가 좋아 서구권에서 주로 먹는 안남미보다 식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K-푸드 문화를 대표할 상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의 밥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실온 유통 기술이 수출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