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오일 서동희 대표이사는 평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세상이 거세게 밀어붙일 때도, 물러서기보다 이를 악물었다. 억울한 일도 많았고, 남들 같으면 주저앉았을 순간도 많았다. 그래도 끝까지 버텼다. 그가 믿는 건 화려한 기술이나 기회가 아니라, 손으로 일궈낸 신뢰였다. 약속은 지켜야 하고, 일은 미루지 않는다.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현장을 돈다. 거래처 한 곳의 전화라도 놓치지 않으려 새벽을 버틴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회사를 키웠고, 이름을 지켰다. 서동희 대표에게 사업은 승부가 아니라 생존이다. 겁내지 않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난다. 그 말엔 23년 동안 쌓인 땀과 진심이 그대로 묻어 있다. 서동희 대표이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영오일 서동희 대표이사. 그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이뤄 23년째 도소매 기반 경유, 등유 납품 업체 태영오일을 운영하고 있다. ‘신뢰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신념으로 직접 영업과 배달 현장을 누비며 고객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지켜왔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처음부터 사업가가 꿈이었나.

그렇다. 어릴 적부터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 시골에서 자개를 만드는 큰 조개를 잡거나 약초를 캐서 팔았다. 학교 다니면서 직접 용돈을 벌었다. 그때부터였다. 직장생활보다는 내가 직접 벌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2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스스로 돈을 벌고 가족을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성격이 그랬다. 상대방이 남자라고 해서 기죽거나 물러서는 성격이 아니었다. 어려운 일이어도 밀어붙이는 성격,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Q. 현재 운영 중인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등유, 경유, 휘발유를 도매와 소매로 납품한다. 도매는 석유 판매점이나 주유소로, 소매는 골프장과 건설 현장으로 나간다.

Q. 주 고객층은 어떤가.

건설 현장, 골프장, 주유소, 가정집, 숙박업소, 빌딩 발전기 등이다. 주로 경유를 납품한다. 우리는 24시간, 365일 소매배달을 한다. 성수동 매장은 대문을 아예 없앴다. 언제든 들어와 이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해 두었다. 업체들이 필요할 때 바로 이용한다.

Q. 23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게 제일 큰 힘이었다. 어려울 때마다 이제는 접을까 싶다가도, 그냥 포기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포기하면 진짜 끝이었다. 부어 넣은 게 다 날아가니까, 어떻게든 끝까지 버텼다.

Q.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나.

가짜 석유 사건으로 억울하게 엮였던 때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회사는 가짜 석유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도 한 소송에만 거의 10년을 시달렸다.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2007년 무렵, 사업이 한창 성장세를 탈 때였다. 주변에 같은 업종의 대리점이 여럿 생기면서 경쟁이 과열됐다. 서로의 거래처를 두고 신경전이 치열했고, 결국 근거 없는 고발이 이어졌다. 우리는 그런 일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세 차례나 고발을 당했다.

그 무렵 장사는 잘됐지만, 동시에 시기와 오해가 많았다. 작은 오해 하나가 눈덩이처럼 커졌고, 그게 소송으로 번졌다. 결과적으로 모든 재판은 무혐의로 끝났지만, 그 10년은 정말 길었다. 매출은 크게 줄었고,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국으로 퍼진 소문 탓에 거래처가 끊기고,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시기를 버텨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Q. 그 시기를 어떻게 버텨냈나.

그 시절엔 정말 버티는 게 전부였다. 어렵다고 손 놓을 수는 없었다. 2010년부터 조금씩 사두었던 부동산이 있었는데, 그걸 담보로 대출을 받아 경영을 이어갔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서, 원래 하던 도매 위주의 거래를 접고 소매로 방향을 바꿨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광고를 내고 직접 현장을 뛰었다. 가정집, 가게, 건설 현장까지 작은 차량으로 기름을 배달했다. 그렇게 시작한 소매 영업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나하나 정당하게 대응하며 결국 모두 해결됐다.

Q.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꾸준함과 끈기, 그리고 신용이다. 노력은 기본이고, 신용은 전부라고 생각한다. 한 번 잃으면 끝이다.

Q. 지금은 어떤 사업에 주력하고 있나.

작년부터 골프장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원래 여름철에는 건설 현장 위주로 경유를 공급했는데, 최근 건설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거래가 줄었다. 인력난과 경기 침체가 겹쳐 현장이 많이 멈춘 상황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골프장이었다. 요즘은 예전처럼 일부 사람들의 여가가 아니라, 직장인이나 젊은 층까지 즐기는 생활 운동이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내 장비와 차량, 관리용 기계 등에서 사용하는 기름 수요가 꾸준했다. 그래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장 영업을 시작했다. 하나둘 거래가 늘면서 지금은 주요 거래처가 되었다. 앞으로도 이 분야를 조금 더 집중해 볼 생각이다.

Q. 직접 영업도 한다고.

그렇다. 직접 영업한다. 전화도 하고, 찾아가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망한다. 요즘은 단가 경쟁이 심해서, 정유사에서 1,050원에 팔라는데 1,040원에 내는 곳들이 많다. 그렇게 하면 이윤이 남지 않는다. 매출이 아무리 커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운영하다가 부도난 대리점이 많다. 나는 그런 장사는 하지 않는다. 눈앞의 매출보다 오래가는 장사를 택했다. 도매를 무리하게 늘리면 단가에 휘둘리지만, 소매는 신뢰로 쌓인다. 그래서 일부만 도매로 두고, 나머지는 소매로 운영한다. 그게 살아남는 길이다.

Q. 결국 버티게 한 힘은 신용인 것 같다.

그렇다. 나도 어려운 시기가 많았다. 그래도 신용만큼은 잃지 않으려 했다. 기름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때가 있어도, 거래한 돈은 반드시 갚았다. 빚을 내서라도 약속은 지켰다. 그렇게 쌓인 신뢰가 결국 다시 일어설 힘이 됐다. 사람들이 믿어줬고, 기다려 줬다. 그게 지금까지 회사를 지탱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Q. 사업을 하면서 세운 철칙이 있다면.

업종이 하나로 고정되면 위험하다. 시장은 언제든 변하니까, 늘 생각을 바꿔야 한다. 2015년까지만 해도 사무실에 대문이 있었다. 그런데 좋지 않은 소문이 돌면서 손님이 끊겼다. 그때 결심했다. 닫힌 문부터 열자고. 대문을 없애고, 문자로 직접 알렸다. ‘24시간 영업합니다. 언제든 오세요. 정품이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그때부터 다시 손님이 돌아왔다. 열린 마음으로 바꾸면 길은 다시 열린다.

Q. 지금도 24시간 배달을 직접 한다고 들었다.

일부러 그렇게 한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버텼다. 작년에 고양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서 새벽 두 시쯤 전화가 왔다. 전기가 끊겼다고 했다. 한겨울이라 주민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바로 차를 몰고 나가 기름을 넣었다. 금세 난방이 돌아오고, 사람들 얼굴에 온기가 돌았다. 그때 주민들이 고맙다며 인사하고, 작은 선물도 주셨다. 그런 순간에 보람을 느낀다.

Q. 밤낮없이 일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남편과 함께 일한다. 낮에는 직원들이 현장을 다니고, 밤에는 남편이 직접 나간다. 새벽에라도 주문이 들어오면 반드시 나간다. 한 건이라도 놓치면 마음이 불편하다. 책임감 때문이다. 그게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Q. 사업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겁을 먹으면 끝이다. 사업은 배짱이 있어야 한다. 잘 나가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때 ‘망하면 어때, 다시 하면 되지’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자존심 부리거나 도망가면 끝이다.

Q. 최근 업계 분위기는 어떤가.

건설 경기가 많이 떨어졌다. 2024년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60% 이상 하락했다. 그래도 광고와 DM 발송으로 꾸준히 노력했다. 그 덕분에 매출은 조금씩 늘고 있다.

Q. 정부 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특별한 건 없다. 정책보다는 스스로 버티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15년은 더 할 생각이다. 사람들은 석유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직 손대지 않은 시장이 많다. 건설 현장뿐 아니라 골프장, 빌딩, 숙박업소 등에서도 경유와 등유 수요는 꾸준하다. 기름이 필요한 곳이 있는 한, 일은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도 광고를 내고, 메시지를 보내며 거래처를 찾는다. 일이 줄면 시장을 바꾸면 된다. 그렇게 하나씩 넓혀가며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매출 500억. 그날이 올 때까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