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과 트렌드가 지배하는 음악 시장. 묵묵히 필요한 자리를 지켜온 이가 있다. 리웨이뮤직앤미디어는 장면과 장면 사이를 채우는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이 세상에 닿기까지의 길을 만든다. 광고와 영화, 드라마, 게임, 전시회에 이르는 음악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관여하며, 저작권이라는 보이지 않는 약속으로 음악 쓰임을 넓혀 왔다. 이지형 대표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강조하며, 음악과 현장의 연결을 이야기한다. 이지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웨이뮤직앤미디어는 장면과 장면 사이를 음악으로 채우는 인디펜던트 음악 전문 회사다. 이지형 대표는 30년 가까이 음악과 저작권의 경계에서, 보이지 않는 일을 통해 들리는 순간을 완성해 왔다. 그는 ‘팀워크가 가장 큰 힘’이라 믿으며, 다양한 음악이 제 가치를 인정받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리웨이뮤직앤미디어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우리는 음악 출판, 음원 유통, 음반 제작, 그리고 싱크 에이전시까지 다양한 음악 관련 일을 하는 인디펜던트 음악 전문 회사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과 음악이 필요한 현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싱크 에이전시다. 드라마나 영화, 광고, 게임 같은 영상물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 연결해 주고,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저작권 문제까지 해결해 준다. 매년 100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어떤 장면에 어떤 음악이 들어가야 가장 잘 어울릴지 함께 고민하고, 음악을 더 많은 곳에서, 더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음악 외에도 작품 내 삽입되는 영상, 이미지, 캐릭터, 인물 초상 등 다양한 저작물을 싱크 업무도 맡고 있다.

Q. 음악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IMF가 닥치면서 취업이 어려워졌다. 취직이 어려운 상황이니,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음악 일을 시작했다.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이었다. 2007년에 회사를 세워 광고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일을 했고, 2009년에는 드라마 ‘아이리스’의 음악감독 이동준 작곡가의 요청으로 그가 만든 작품의 저작권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저작권산업이 가진 가능성을 새롭게 보게 됐다. 그렇게 음악과 저작권을 다루며 꾸준히 일해 온 지 어느덧 30년이 되어간다.

Q. 음악 출판, 음원 유통, 음반 제작, 싱크 에이전시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각각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예를 들어 곡을 잘 쓰는 작곡가가 있다고 하면, 그를 관리하는 일이 음악 출판이다. 이 작곡가가 다른 가수에게 곡을 줄 수도 있지만, 직접 노래를 부르고 앨범을 발매하기도 한다. 이때 우리는 음반 제작과 유통을 지원한다. 음원이 발매된 후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음악이 알려질 수 있도록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나 드라마, 광고 같은 영상물에 음악을 삽입해 노출하는데, 이를 싱크 비즈니스라고 한다. 하나의 곡이 출판에서 시작해 제작과 유통, 그리고 콘텐츠 활용까지 이어지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음악 출판, 음원 유통, 음반 제작, 싱크 에이전시는 각각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되어 있다.

Q. 주요 클라이언트가 궁금하다.

싱크 비즈니스의 광고 분야에서는 삼성, LG, 현대,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영화·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CJ,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메이저 배급사와 글로벌 OTT와 협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삽입곡의 저작권 클리어런스 업무도 리웨이가 맡아 진행했다. 넥슨, 크래프톤 같은 대형 게임사와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시회 음악 관련한 전시업체와의 협력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음악 출판 부문에서는 산울림과 김형석을 포함한 약 130명의 국내 작가 저작권을 국내외에서 관리하고 있다. 음원 유통 부문은 싱어송라이터, 인디밴드, 인디레이블을 주 고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약 12만 곡의 국내외 인디팝을 멜론과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유통하고 있다.

Q. 싱크 에이전시 업무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

주로 영상 제작사나 광고주가 특정 곡을 사용하고 싶다고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이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는 절차다. 곡의 작곡가, 작사가, 음반사 등 권리를 가진 여러 주체를 확인하고 각각의 사용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저작권 클리어런스’라고 한다.

그러나 권리자가 명확하지 않거나 협의가 지연될 때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광고처럼 제작 일정이 촉박한 경우에는 압박이 크다. 이런 상황은 요청받은 곡을 그대로 쓰지 못할 수도 있어, 원래 의도에 가까운 대체 곡을 찾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음악의 스타일과 사용 장면을 파악해야 한다. 결국 저작권 협의와 대체 곡 추천, 그리고 영상과 음악을 가장 알맞게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Q. 저작권 업무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어려움은 저작권자를 정확히 찾는 일이다. 권리가 개인에게 있기도 하고, 분산되어 있기도 해서 연락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다. 광고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일정이 특히 빠듯하다. 정해진 기한 안에 저작권 승인을 완료해야 하므로, 협상 과정이 지연되면 전체 제작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예산 문제가 겹치면 더욱 복잡해진다. 의뢰 측은 특정 곡을 꼭 사용하고 싶어 하지만, 사용료가 예산을 넘으면 권리자와 금액을 조율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협상이 길어지는 일도 있다. 저작권 업무의 가장 큰 어려움은 권리자 탐색, 시간 제약, 비용 협상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얽혀 있다는 점이다.

Q. 저작권 전문 인재를 회사에서는 어떻게 길러내고 있나.

저작권 분야는 시장 전체적으로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내부에서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나 역시 이론과 실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부했고, 지금은 사내에서 교육을 직접 진행한다.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며 공과대학 지식재산권 과정을 맡고 있는데, 이런 경험이 회사 내부 교육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인재를 안에서 길러내는 문화가 우리 회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Q. 해당 업계에서 바라는 인재상은 어떤가.

저작권 분야는 단기간에 배우기 어렵다. 그래서 새로 합류한 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최소 3년은 버텨야 시장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는 1~2년의 경험은 경력으로 잘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저작권 업무의 특성과 복잡함을 이해하고,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말고, 3년은 꾸준히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일에 관한 애정, 끝까지 배우려는 끈기와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바로 이 업계가 원하는 인재라고 생각한다.

Q. 음악 산업이 IT산업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음악은 IT산업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다. 과거에는 레코드숍에서 CD나 테이프를 구매해야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가장 먼저 채워지는 콘텐츠가 음악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책은 오디오북이나 이북리더기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종이책을 선호한다. 종이라는 물성을 통해 얻는 집중과 소장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에 음악은 물리적 매체에 대한 고착이 거의 없다. 듣는 순간이 곧 소비의 전부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디지털화되고, 가장 빠르게 소비 패턴이 바뀐다. 그래서 음악 산업은 언제나 IT 변화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Q. 최근 AI 음악이 많이 등장했다. AI 활용에 관한 생각이 궁금하다.

사실상 이미 많은 작곡가가 AI를 활용하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상 AI 저작물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한, AI를 통한 음악 창작은 계속될 것이다. 저작권법은 결국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고 공동체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고 생각한다. 결국 파도는 오고, 서핑할지, 휩쓸릴지는 선택에 달렸다. 제도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최소한 창작의 의지를 꺾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Q. 최근 인상 깊은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최근 전시회장에서 음악을 사용하려는 의뢰가 늘어난 점이 신선했다. 이전까지 전시회장은 주로 시각 연출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음악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시 공간의 분위기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음악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국내외 전시장에서 저작권 문제까지 세심하게 챙기며, 정식 절차를 거쳐 음악을 사용하려는 시도가 생겨났다는 점이 새로웠다.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음악이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고, 앞으로 새로운 시장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경험이다.

Q. 사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기쁜 순간도 좌절한 순간도 많았지만, 가장 남아 있는 기억은 4년 전 지금의 사무실로 이사한 일이다. 직접 번 돈으로 마련한 공간이기에 성취감이 컸다. 주변이 조용해 업무에 집중하기 좋고, 봄이면 사무실 앞 천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작은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회사를 방문한 손님들이 사무실이 드라마 세트장처럼 예쁘다고 말할 때, 그동안의 노력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낀다.

Q.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나의 첫 번째 고객은 우리 회사의 구성원들이다. 내부의 팀워크가 탄탄해야만 대외 고객에게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인 ‘Talent wins games, but teamwork wins championships(재능은 게임에서 이기게 한다. 그러나 팀워크는 우승을 가져온다)’를 이메일 서명에 항상 고정해 두고 있다.

Q. 팀워크를 중요시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나.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대부분 젊고 배우려는 열의가 크다. 나는 이들이 각자의 커리어를 키워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고, 그 경험이 곧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려고 한다. 회사를 통해 배운 것이 자신의 자산이 된다는 믿음이 생길 때, 자연스럽게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 사내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Q. 리웨이뮤직앤미디어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 목표는 생존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인디뮤지션들이 아르바이트하지 않고, 전업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데 인디뮤지션들의 역할은 크다. 문제는 국가나 기업이 이들을 돕고 싶어도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 지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