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영 대표는 50대의 나이에 ‘차량 돌진 방호’라는 낯선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영역이었다. 그러나 미군기지 차량돌진방호 장비 사업을 통해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과감히 창업을 결심했다. 현재 싸이베리어는 평택, 오산, 대구 미군기지를 비롯해 데이터센터와 주요 정부 시설에 차량 돌진 방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12건의 특허와 다양한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설계부터 제작, 설치, 교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채영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박채영 대표는 미군기지 사업을 계기로 차량 돌진 방호라는 개념조차 없던 분야에 뛰어들었다. ‘일단 해보자’는 실행력으로 싸이베리어를 국내 방호 시스템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진=강소기업뉴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989년 대기업 엔지니어링 회사에 입사해 19년 동안 근무했다. 2008년 회사가 구조조정으로 다른 대기업에 흡수·합병되면서 2011년까지 플랜트 계장, 자동제어, 철도 신호시스템 분야에서 일했다. 이후 2014년 평택 미군기지 차량 돌진 방호 장비 사업을 수행하던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 당시 대표가 평택 미군기지 입찰 제안서 작성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장비와 시스템 분야였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제안서를 썼고 낙찰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2년 뒤, 회사 대표가 미군기지 사업에 흥미를 잃었다고 했다. 이미 젊은 직원들을 채용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나는 이 아이템을 직접 이어가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창업을 결행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 두 명과 500만 원을 모아 성남의 지하실 공유 사무실 한 칸을 빌려 사업자 등록을 내고 시작했다. 50대가 넘은 나이에 시작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주변에서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왜 힘든 창업을 하느냐며 만류했지만, 차량 돌진 방호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다.

Q. 주요 비즈니스 영역은 무엇인가.

회사는 안양 본사와 화성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ISO 9001·14001·45001 인증을 비롯해 금속 창호 공사 면허, 소프트웨어 사업자 등록, 경찰청 특수자동차 제작, 출입통제 시스템 등 총 7종의 직접 생산 증명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차량 차단기, 차량방호서버 2종의 KC 인증과 12건의 특허, 1건의 실용신안, 3건의 디자인 등록, 2건의 상표등록을 보유했다.

차량 돌진 방호 장비, 출입통제 제어시스템, 교통 통제 장비, 골프장 안전 신호등 시스템, 경찰청 안전펜스 등 분야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차량 돌진 방호 장비는 차량 테러나 범죄, 급발진 사고에 대비해 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장비로, 20종이 넘는 제품을 자체 개발하며 국산화와 브랜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급발진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터파기를 얕게 하여 설치하는 신개념 충돌방호등급 볼라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출입통제 제어시스템은 평택, 오산, 대구 미군기지 게이트에 구축되어 있으며, 위협 차량 탐지부터 돌진 차단 장비 제어까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통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교통 통제 장비 분야에서는 경찰 시위 대응용 이동형 안전 펜스를 개발해 2023년부터 매년 납품하고 있으며, 올해는 차량형 안전 펜스 제작과 납품도 진행 중이다. 안전 자동제어시스템 분야에서는 노캐디 골프장에서 팀 간 타구 사고를 예방하고 원활한 진행을 돕는 안전 신호등 시스템을 개발해 골프존 카운티, 아난티, 더힐 골프장 등에 설치했다.

Q. 싸이베리어의 경쟁력은.

우리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일괄 수행 역량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장비를 수입하거나 제작만 하지만, 우리는 장비 개발부터 시작한다. 장비 종류는 약 20가지이며, 꾸준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왜 이 장비가 필요한지,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어떤 장비를 사용해야 최적의 방어가 가능한지를 직접 엔지니어링을 수행한다. 이렇게 장비와 등급이 결정되면 현장에서 위치를 선정하고, 맞춤형 장비를 설계해 제작과 설치까지 진행한다. 차량 돌진을 막는 장비가 넘어지거나 뚫리면 아무 의미가 없으므로, 성능 보증이 중요하다. 국제규격에 따라 장비가 선정되고 설치돼야 제 성능이 발휘되며, 운용자들이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교육까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큰 강점이자 독보적인 부분이다.

싸이베리어의 경쟁력은 장비 개발부터 설계, 제작, 설치, 교육까지 자체 수행하는 통합 기술력과 12건의 특허로 입증된 기술 자산에 있다. 국제규격에 부합하는 성능 보증과 현장 맞춤형 시스템 구축이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준비 중인 신사업이나 제품이 있다면.

최근 활발히 건설되는 데이터센터가 중요한 시장이다. 데이터센터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강력한 보안이 요구되는 시설이다. 당사는 기존에 자체 개발한 K4 등급 펜스와 Palisade 보안 펜스뿐만 아니라, 국제규격인 ASTM F2781, LPS 1175, BSI 1722-14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강제 진입 방지 펜스와 월담 방지 펜스를 하반기부터 시장에 출시했다. 또한 예기치 않은 차량 돌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규격 충돌방호등급을 갖춘 볼라드를 생산해 시장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Q. 주 고객층 및 고객관리 방법은 무엇인가.

사업 특성상 주요 고객은 군, 경찰, 미군기지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주도하는 시행사와 건설사, 그리고 대형 보안 업체로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추진하는 사업의 목적은 생명과 시설을 보호하는 데 있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장비가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신뢰성이 확보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이 싸이베리어를 믿을 수 있는 기업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고객관리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박채영 대표는 새로운 분야에서도 먼저 부딪쳐보며 길을 만드는 태도를 앞세운다. 앞으로도 도전과 책임의 정신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호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의 사훈은 창조, 도전, 희생이었다. 그 시절 나는 월급을 받는 직원이었지만 야근이나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일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플랜트 사업부에서 9년을 근무하다가 갑자기 철도 시스템 사업으로 부서가 바뀌었는데, 하필 철도 차량기지 입찰 사업이었다. 철도 분야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기존 조직은 무너져 있었고, 고문 두 분과 알바생 몇 명으로 임시 조직을 꾸려 입찰을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낙찰에 성공하면서 철도 신호시스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우선 부딪쳐보고, 결과는 그다음에 생각하자는 태도가 생겼다.

차량 돌진 방호 장비와 방호 시스템 구축 사업도 비슷했다. 평택 미군기지 건설 당시 처음 접한 아이템이었고,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없던 분야였다. 규격이나 기준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지금의 나는 그때 배운 도전정신과 책임감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Q. 사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19년 부산 데이터센터 현장은 내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외국사가 발주자로 직접 참여한 사업으로, 현장에는 각 담당자가 상주하며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뤘다. 우리 회사가 처음으로 데이터센터의 외곽과 정문, 후문 등 전 구역의 차량 방호 시스템을 설계부터 제작, 설치, 시험, 교육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던 때였다.

그런데 자재 하역 중 한 직원이 컨테이너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시공 중이던 펜스 일부가 강풍에 넘어지는 사고도 있었기에, 현장은 이미 긴장된 분위기였다. 잇따른 사고로 공사가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고, 사업이 멈추면 회사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사고를 빠르게 수습하고, 책임 시공을 통해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발주처의 신뢰를 얻어 2단계 사업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힘든 시기였지만,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면 기회로 바뀐다는 사실을 배운 순간이었다.

Q. 최근 업계 분위기나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나.

최근 경기 침체로 발주가 다소 줄었지만, 경찰청 등 관급 사업이 매년 이어지고 있어 차량 돌진 방호 시스템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사업이라고 보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구상 중인 방향은.

우리 회사의 미션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보안 펜스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보인다. 사람이 오르지 못하도록 설계된 월담 방지 펜스, 철망 절단이나 토치 절단에도 견딜 수 있는 국제규격의 강제 침입방지 특수 펜스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였다. 또한 아파트 입구나 광장, 거리 등 시민이 자주 오가는 장소에 차량 방어 기능을 갖춘 저심도 자동 볼라드와 고정식 볼라드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