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의 프리미엄 헤어살롱 ‘포레스타’는 아베다(Aveda)가 공인하는 최고 등급인 아베다 라이프스타일 살롱으로 분류된 국내 유일 매장이다. 포레스타의 정재명 대표는 오랜 기간 아베다 코리아의 리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 아티스트다.

국내 미용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도 그는 아티스트로서의 철학을 지켜 왔다. 빠른 성공을 좇기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쌓은 기술이 한국 미용 산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가 바라본 국내 프리미엄 살롱의 현주소와 한국 미용 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도약하기 위한 방향을 들었다.

포레스타 정재명 대표. 청담의 프리미엄 헤어살롱 ‘포레스타’는 아베다(Aveda)의 최고 등급인 ‘아베다 라이프스타일 살롱’으로 분류된 국내 유일 매장이다. 자연친화적인 공간의 제공으로 방문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전달하고자 한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포레스타’라는 브랜드의 배경과 아베다 라이프스타일 살롱으로서의 의미는.

2008년에 포레스타라는 브랜드를 처음 론칭하며 신사동에 첫 지점을 열었다. 헤어, 메이크업, 스파, 네일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살롱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에는 이런 공간이 드물었고, 웨딩과 연계된 서비스까지 함께 준비해 운영했다. 다양한 미용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살롱이 드물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레스타는 아베다가 인증한 최고 등급인 아베다 라이프스타일 살롱으로 인정된 국내 유일의 매장이다. 아베다는 자연과 물을 아끼고 고객이 건강하게 아름다움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모토다. 나도 이 가치에 공감하고 있다. 포레스타는 환경과 사람을 함께 존중하는 브랜드로, 도심에서도 숲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Q. 고유 브랜드도 론칭한 적이 있는지.

별도 법인에서 ‘퀸스트리’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크레이지 샴푸’다. 청담동에서 오랜 시간 모발을 다루며 쌓인 경험으로, 동양과 서양의 모발 차이를 섬세하게 담았다. 컨디셔너 없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두피와 모발을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좋은 원료를 골라 넣었다. 사용한 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앞으로 단계적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Q. 현재 K-뷰티 트렌드와 프리미엄 살롱 시장 상황은 어떻게 보나.

K-뷰티는 지금 해외에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기술과 감각은 이미 세계 수준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국내 프리미엄 살롱 시장은 오래 멈춰 있는 상태다. 인건비와 여러 비용은 오르는데 가격은 따라가지 못한다. 나도 청담동에서 프리미엄 시장만 다뤄 왔지만, 커트 가격은 2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경쟁은 계속 치열해졌고, 많은 소비자가 가격부터 살핀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프리미엄 서비스가 자리 잡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높은 품질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지만, 한국은 그 부분이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라고 느낀다. 문제는 ‘빨리빨리’ 문화라고 본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은 1~2년 안에 디자이너가 되길 바라지만, 기술은 충분한 시간과 단계를 거쳐야 완성된다. 나도 5~6년을 지나서야 한 명의 고객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었다. 외국에서는 컬러리스트와 스타일리스트처럼 한 분야를 맡아 최소 2년 이상 집중해 전문성을 쌓는다. 우리는 한 디자이너가 여러 업무를 맡으며, 모든 걸 빨리 배우려다 보니 깊이가 부족해지는 구조다.

시장 변화도 크다. 예전에는 주변의 추천과 소문만으로 고객이 찾아왔다. 지금은 SNS와 AI 광고가 중심이 됐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보다 화면에 얼마나 노출되는지가 우선시 되고, 고객의 평가도 순간적인 이미지에 좌우된다. 단기적으로는 매출이 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의 프리미엄 가치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는다.

Q. 우리나라 살롱 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프리미엄 살롱이 쌓아 온 기술과 태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담을 비롯해 한국 프리미엄 시장을 만들어온 세대들이 이룬 노하우, 섬세한 디테일,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 수준이다. 이런 바탕에서 열정 있고 제대로 배우고 싶은 젊은 세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콘텐츠와 무대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헤어 업계는 각자도생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국내에서 국제급 헤어쇼와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열고, 해외 관계자가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 감각, 콘텐츠가 결합한 K-헤어 브랜드화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Q. 포레스타의 향후 계획은.

아카데미를 여는 것이 목표다. 열정을 가진 이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한다. 국내외에서 미용을 배우려는 이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개방형 기관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에서도 한국 스타일을 배우려는 수요가 꾸준히 있다. 아카데미에서는 살롱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습 교육을 하려고 한다.

이곳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해외에서도 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포레스타 이름을 건 프리미엄 살롱을 주요 도시에 열고, 아카데미 출신 인재들이 그 공간에서 경력을 쌓아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Q. 미용 시장 성장을 위해 정책·제도 측면에서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미용 산업이 발전하려면 지나친 규제를 완화하고, 자본의 참여를 열어줘야 한다고 본다. 지금 국내 미용 시장은 이미 경쟁이 극심한데, 협회 중심 운영 방식과 여러 제한이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사(師)’ 자가 붙은 직종은 법인 설립이 막혀 있어 미용사가 사업을 키우거나 투자를 받기 어렵다. 대기업과 자본이 공정한 경쟁에 참여해야 시장이 커지고, 프리미엄 살롱 업계도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미용은 기술과 창작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이다. 제도 변화와 교육·투자 지원이 마련된다면 젊은 아티스트들이 해외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 규제를 완화하는 일은 시장을 내주는 선택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은.

요즘은 유튜브나 책으로 기술을 배우기 쉬운 세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만으로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만으로 직업이 완성되지 않는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표정과 말투, 분위기를 읽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태도까지 전부가 서비스다.

고객을 존중하면 그 마음이 돌아오고, 그 안에서 신뢰가 생긴다. 이런 기본이 되어야 비로소 정당한 가치를 받고 일할 수 있다. 빠르게 이름을 알리려는 마음보다 묵묵하게 버티는 근성이 필요하고, 한 단계씩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 기회는 여러 곳에 열리고, 실력 있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무대가 열려 있다. 가능하다면 영어를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실력은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수익 구조는 열악해지고 있다. 서로 낮은 가격에 경쟁이 반복되면, 기술의 품격이 무너지고 업계 전체가 어려워진다. 같은 시간이라도 고객에게 더 집중하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게 자신만의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