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과 연결되는 데 익숙해진 플랫폼 시대. 그러나 이 연결이 얼마나 안전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써틴컴퍼니 권혁준 대표는 이 질문에 ‘신뢰’라는 키워드로 답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나를 아는 사람 혹은 지인의 지인처럼 일정 수준의 관계가 형성된 사람들끼리 연결되는 시스템. 그 안에서 도움을 주고받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플랫폼. 이것이 바로 써틴컴퍼니가 만든 ‘헬로도넛(Helo!Donut)’이다.
헬로도넛은 사람 사이의 신뢰를 기술로 풀어낸 플랫폼이다. 사용자 간 지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필요한 서비스들을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이 플랫폼은 ‘사람 사이 연결’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진다. 연결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결의 질, 즉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써틴컴퍼니 권혁준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써틴컴퍼니 권혁준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연결망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내 친구부터 친구의 친구, 그리고 그다음까지 한 번에 이어주는 서비스 ‘Hello!Donut(헬로도넛)’을 개발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0여 년간 IT와 플랫폼 분야에서 오래 일하면서, 많은 서비스가 거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 신뢰가 바탕이 될 때, 더 건강하고 오래가는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기존 SNS나 커머스 플랫폼은 대부분 불특정 다수를 연결 대상으로 하고 있어, 관계가 얕고 신뢰도 낮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나를 아는 사람’, 혹은 ‘지인의 지인’처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 연결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런 고민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연결망을 만들자라는 목표로 ‘Helo!Donut(헬로도넛)’을 시작했다. 지금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문화를 만드는 서비스로 발전시키며 성장하고 있다.
Q. 주요 비즈니스 내용은 무엇인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되어 전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친구 맺기나 물건 거래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사용자의 연락처를 통해 나를 아는 사람은 물론 지인의 지인까지 연결되며, 익명 서비스보다 훨씬 안전하게 쓸 수 있다.
도움 요청, 재능 나눔, 중고 거래, 물건 판매, 음식 주문, 전문가 연결, 숙소 예약, 카풀 공유 등 생활 속에서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사기나 부정 이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도 함께 마련했다. AI 기반 탐지 시스템, 불법 행위 차단 기능, 실시간 번역 기능 등을 개발해 적용했다.
도넛 네트워크는 나와 최대 4단계까지 이어진 친구들로 이루어진 지인 기반 네트워크다. 나와 직접 연결된 사람이 1단계 친구이고, 그 친구의 친구가 2단계 친구다. 이어서 2단계 친구의 친구는 3단계 친구, 3단계 친구의 친구는 4단계 친구가 된다. [자료=써틴컴퍼니]
Q. 서비스명 ‘헬로도넛(Helo!Donut)’은 특이한 철자를 지녔다. 어떤 의미와 의도가 담겨 있나.
‘헬로도넛’은 인사말 ‘헬로(hello)’와 ‘헬프(help)’의 합성어다. ‘안녕,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넛’은 둥그런 모양처럼 친숙한 이미지와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서비스명에 이 두 단어를 조합해 ‘헬로도넛’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Q. 주요 고객층과 고객관리 방법은 어떻게 진행되나.
나이와 직업 상관없이, 신뢰를 기반으로 다양한 도움과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고객층은 폭넓게 열어두고 있으나, 서비스 초반에는 몇 가지 특성을 가진 사용자들이 먼저 유입되었다. 대표적으로는 일상에서 빠르게 도움을 얻고자 하는 20~40대 모바일 사용자, 자신의 재능이나 서비스를 안전하게 연결하고자 하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중고 거래나 재능 공유 등에서 약속과 신뢰를 중시하는 개인 사용자 등이 있다.
고객의 사용 목적이 다양하기에, 고객관리는 기술과 사람 두 방향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AI 기반 분석을 통해 이용 패턴과 선호, 불편 사항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기능과 개선점을 빠르게 반영하려 한다.
CS와 운영팀은 실시간으로 고객 문의에 응대하고 있으며, 앱 내 1:1 문의, 이메일,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 의견을 받고 있다. 주요 사용자 그룹을 대상으로 한 피드백 세션과 베타 테스트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서비스를 계속해서 다듬고 있다.
Q. 헬로도넛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지인의 지인 등 신뢰가 가능한 범위를 연결 대상으로 삼는다고. 이용자 반응은 어땠나.
지인 기반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지인을 통해 연결되다 보니 부담 없이 사용하게 된다는 평가가 있었다. 주로 지인 기반 네트워크로 사용되지만, 인스타그램 등 외부 채널과도 연결할 수 있어 타인과의 소통도 열려 있다. 다만 그 영역에서는 신뢰보다 즐거운 경험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
도넛 네트워크 안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거래하고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 지인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기 걱정 없이 안심하고 소통할 수 있다. [자료=써틴컴퍼니]
Q. 지인 기반 연결의 장점을 실제로 체감한 순간이 있었나.
나부터가 그렇다. 원래 개발자라 소프트웨어 외의 일은 익숙하지 않았는데, 사업을 시작하고 나니 디자인, 기획, 법률 같은 다양한 분야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지인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함께 일하는 이사님의 소개로 디자이너에게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법률 검토도 지인을 통해 무료로 받았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이런 연결이 실제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직접 느꼈다.
Q. 불법 사기 탐지 기능도 도입했다고 들었다. 개발에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움이 많았다. 고객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볼 수 없어서 AI를 활용해 학습하고 필터링해야 한다. 현재도 개발팀이 지속해서 학습 데이터를 보완하고 있다. 거래는 지인 기반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사기의 위험이 적고, 사기가 발생하면 쉽게 드러나게 된다.
요즘 개인 간 거래에서도 사기 문제나 높은 수수료로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헬로도넛은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아직 결제 기능은 없지만, 현재 글로벌업체와 협업해 ‘도넛페이’를 개발 중이다. 사용자가 서로 홍보하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넣고 있다.
Q. 데이터 연결은 어떻게 이뤄지나.
고객이 활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허용하면 수집이 이뤄진다. 네트워크 연결은 스케줄러가 일정 주기로 실행되며, 현재는 1시간에 한 번씩 네트워크를 갱신하고 있다. 연락처를 기반으로 연결된 사람들과, 그들의 활동 글을 검색해 필요한 인물을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성돼 있다.
Q. 서비스 내부에서 글을 남기고 홍보(PR)하는 기능도 있나.
그렇다. 본인의 성향이나 전문성을 글로 표현하면,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서로를 파악하고, 연결될 수 있다. 연락처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을 내부 콘텐츠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Q.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헬로도넛의 메커니즘이 특허를 취득하고, 서비스를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 정식 출시했을 때이다. 초기 기획부터 기술 개발, UI/UX 설계, AI 시스템 구축, 글로벌 법률 검토까지 전 과정을 팀원들과 함께 직접 주도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해당 특허는 사용자의 연락처에 등록되지 않은 지인의 지인까지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미국에는 출원을 마쳤다. 올해 안으로 미국 특허도 등록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가 추구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결’이 실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 확신이 없던 시기였기에, 긴장과 기대가 함께 있었다. 그런데 서비스 첫날부터 해외 이용자들이 가입하고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걸 보면서, 이런 플랫폼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걸 느꼈다. 그 순간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경영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뢰가 최고의 자산이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매출이나 사용자 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고객, 파트너,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헬로도넛은 사람 간 신뢰를 중심에 둔 플랫폼이다.
그래서 경영에서도 사용자에게 어떤 신뢰를 주고 있나, 고객이 우리 플랫폼을 통해 어떤 가치를 얻고 있는가를 늘 기준으로 삼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빠르게 실행하고, 시장의 반응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일이다. 완성도를 이유로 실행을 미루기보다는, 일단 시도해 보고 사용자와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조정해 나가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팀의 성장과 소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구성원 모두가 주도적으로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게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Q. 최근 ‘프로소셜 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다. 헬로도넛과는 어떤 접점이 있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로소셜 미디어’는 타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거나 사회적으로 유익한 행동을 촉진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서로 돕고 연결되는 데 가치를 두는 서비스다.
헬로도넛은 이런 성격과 잘 맞닿아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 일반 SNS에서는 자극적인 글이나 공격적인 표현이 쉽게 올라오지만, 헬로도넛은 지인을 기반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심스럽고 진정성 있는 글이 많아진다.
내가 올린 글을 지인의 지인까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에도 책임감이 따르게 된다. 실제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사나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모습이 많다. 이런 문화 자체가 프로소셜 미디어의 방향성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Q. 헬로도넛은 소셜 미디어로 인한 단절이나 소외감을 줄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에게 보편화되어 있다. 헬로도넛은 지인 관계를 다시 연결하고, 누구를 통해 연결됐는지까지 보여주며, 사용자의 관계 인식을 환기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특성이 소외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글로벌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준비가 이뤄지고 있나.
현재는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리서치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대형 천주교 행사에 이사가 직접 참여해, 현지에서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소개하고 반응을 살폈다. 헬로도넛이 지인을 통한 네트워크인 만큼 자연스러운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IR을 비롯해, 현지 문화와 연결된 콘텐츠나 미디어를 통해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갈 계획이다.
Q. 국내 시장에서의 향후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서비스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빠르게 늘고 있는 국내외 사용자층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마케팅과 사용자 확보를 본격 진행한다. 지역별 전략과 인지도를 갖춘 마케팅을 도입하고,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사기 방지, 평판 시스템, 콘텐츠 추천 기능을 강화하고,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 한다. 숙박 예약, 카풀, 재능 거래 등 오프라인과 연결되는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일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B2B 사업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 스타트업, 1인 사업자들이 고객을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사용자 중심의 신뢰 기반 플랫폼 기술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헬로도넛 플랫폼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연결의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