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선 없이 전달하는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 현장과 일상에서 무선 전력 전송(Wireless Power Transfer, WPT)이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에 적용되며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에너지 효율과 안전을 고려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 에너지 전송 방식으로서 잠재력도 크다.

RF무선충전 기술로 ‘선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기업이 있다. 주파수를 이용해 여러 기기를 동시에 원거리에서 충전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워프솔루션’이다. RF 전력 증폭 소자와 고주파용 정류소자 등 비메모리 반도체도 함께 개발하며 독자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다. 워프솔루션의 이경학 대표를 만났다.

워프솔루션은 주파수를 이용한 원거리 다기기 동시 무선충전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팹리스 기업이다. 5G와 RF 충전 기술 핵심인 초소형 RF 전력증폭소자와 고주파용 정류소자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한다. 이경학 대표는 20년 이상의 기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무선충전 WARPS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워프솔루션’ 창업 배경과 RF 무선 전력 전송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999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줄곧 RF 분야에서 주파수를 다루는 업무를 해왔다. LG전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다수의 LG 휴대전화 제품 개발과 제조를 담당했다. 특히 풀 LCD 모델인 LG 프라다폰과 LG 워치폰 시리즈용 안테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에는 주파수를 통신에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무선 전력 전송에도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떠올랐다.

통신 시스템에서 주파수는 신호를 보내는 데 쓰인 뒤, 통신이 끝나면 전력은 소모되고 버려지는 구조였다. 이 점에서, 주파수를 통해 전력 자체를 보내는 구조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연구하게 됐다. 통신 시스템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RF 전력증폭기(RF PA)는 신호를 멀리 보내는 추진체와 같은데, 이 기능을 활용하면 기존 통신과는 다른 방향의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런 아이디어로 과학기술부 산하 CISS(스마트 IT 융합 시스템) 연구단과 협력해 공동 창업 형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16년 워프솔루션(WARP Solution)을 설립하게 됐다.

워프솔루션은 주파수를 활용한 무선 전력 전송(WPT) 기술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소기업이다. 핵심 원천 기술인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외 대기업과의 선행 기술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미국, 일본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 함께 무선 전력 전송 분야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Q. 주요 사업 영역과 핵심 기술을 설명한다면.

워프솔루션의 핵심 비즈니스는 RF(Radio Frequency)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전자기기에 공급하는 일이다. 칩, 패키지, 모듈 형태의 RF 디바이스를 개발해 무선 전력 전송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제공하고 있으며, RF 전력반도체 기술에 집중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완제품이 아닌 원천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이유는 경쟁보다 협력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다. 다양한 산업에서 무선 전력 전송 기술 수요가 커지는 만큼, 관련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Q. 지난해 ‘WPTCE 2024’에 참여했다. 현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었나.

지난해 일본에서 개최된 ‘WPTCE 2024(세계 무선 전력 전송 컨퍼런스)’에 참가하여 전 세계 무선 전력 전송 기술 선도 기업들과 함께 전시를 진행했다. 글로벌기업들은 송신부 크기가 50cm x 50cm 이상인 대형 제품을 선보였으며,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의 소형화가 여전히 기술적 도전 과제임을 확인했다.

우리는 소형화된 제품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다수 관계자가 어떻게 소형화할 수 있었는지 질문했다. 자체 개발한 칩 기술을 통해 기존 RF 무선 전력 전송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소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프솔루션은 오랜 RF 기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안테나 설계에서도 소형화 기술을 성공시켰다. 기술 융합을 통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Q. 국내 반도체 산업 현황 관련해 워프솔루션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특히 6G 시대에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지.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력반도체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세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설계 및 제조 기술이 복잡하고 대규모 생산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

우리나라가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적게 해온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TSMC가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로 성장한 사례를 볼 때, 앞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투자는 필수다.

6G 통신망 구축 시 기지국 설치 비용 문제로 인공위성을 활용한 통신망 구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망을 통한 충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충전 걱정 없이 기기를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워프솔루션은 시스템이 초저전력으로 전환됨에 따라 적은 전력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미래를 목표로 한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배터리 걱정 없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워프솔루션이 바라보는 미래다.

Q.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국내외 시장 환경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현재 워프솔루션의 주요 고객층과 국내 시장 대비, 해외 시장의 반응은 어떤 차이가 있나.

현재 우리나라는 무선 전력 전송 분야에서 규제나 표준이 정립되지 않아 많은 기업이 시장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한 열망이 크지만, 현행 규제가 엄격하여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바이어들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표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연구개발(PoC)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통신사 및 제조사 등 여러 대기업과 협력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와 정책에 신경을 쓰며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워프솔루션의 주요 바이어들은 해외에 있으며,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Q. 무선 전력 전송 분야에서 워프솔루션의 기술 경쟁력은 어떤 수준인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개발 해온 만큼 소형화와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기술과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전 세계 최고의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원천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원천 기술은 애플, 퀄컴, 인텔 등에서 비롯되고 있고, 삼성 등 대부분의 국내기업은 이러한 기술을 애플리케이션에 접목하는 형태다. 우리나라가 전력 전송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 큰 도약이 될 것이다.

워프솔루션에서 개발한 스페이스온. 일상에서 다양한 기기를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스탠드등이다. 복잡한 케이블이나 별도의 충전 장치 없이도, 수면등 아래의 스마트폰, 태블릿, 무선 이어폰, 스마트워치 등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사진=워프솔루션]


Q. 워프솔루션의 조직 문화나 인사 철학이 궁금하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에서 14년을 포함해 약 25년간 회사에 다니면서 느낀 점은, 많은 사람이 대기업이 소기업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젊은 연구원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하더라도, 그들의 성과가 주변 환경에 의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성과가 뛰어난 구성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수평적 문화에서는 성과가 좋으면 빠르게 진급할 수 있으며,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수다. 이런 방식이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높이고, 조직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Q. 무선 전력 전송 기술 상용화 과정에서 국내 규제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술 발전과 산업 성장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과도한 포지티브 규제로 인재들이 우수한 아이디어를 개발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85kHz 주파수로 전기차는 무선 충전이 가능하지만, 동일한 주파수의 스쿠터는 불가능한 상황이 대표 사례다.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특정 용도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자유롭게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IMF 위기 시절 규제 완화로 IT 산업이 성장했듯이, 현재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혁신 솔루션을 창출하지만,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뛰어난 기술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 기술이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인재가 진출하고 원천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